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퇴직연금'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회사가 퇴직할 때 한꺼번에 목돈을 주는 '퇴직금' 제도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국가에서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근로자의 노후를 더욱 안전하게 보장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퇴직연금을 선택하려고 하면 DB형, DC형, IRP 등 낯선 용어들 때문에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퇴직연금의 종류가 무엇인지, 그리고 나의 성향에 맞는 선택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회사가 책임지는 안전한 선택,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DB형)은 말 그대로 퇴직할 때 받을 금액이 미리 '확정'되어 있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적인 퇴직금 제도와 가장 유사합니다. 회사가 퇴직연금 재원을 금융기관에 맡겨서 운용하고, 운용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근로자는 정해진 산식에 따른 퇴직금을 받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DB형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간의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서 계산합니다.
즉, 퇴직 직전의 월급이 높을수록 내가 받는 퇴직금도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DB형이 유리한 분들]
DB형은 임금 인상률이 높은 직장에 다니는 분들에게 가장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매년 연봉이 5%씩 꾸준히 오르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다니고 있다면, 회사가 돈을 어떻게 굴리는지 신경 쓸 필요 없이 퇴직 직전의 높은 연봉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챙길 수 있습니다.
또한 투자에 자신이 없거나 원금 손실을 극도로 꺼리는 안정 추구형 직장인에게 적합합니다.
내가 직접 굴리는 수익 추구형, 확정기여형(DC형)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DC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의 연봉 1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자의 개인 계좌에 넣어주는 방식입니다.
회사는 돈만 넣어주고, 그 돈을 주식형 펀드에 넣을지 안전한 예금에 넣을지는 근로자가 직접 결정합니다.
이 방식의 핵심은 '운용 수익'입니다. 회사가 넣어준 원금에 내가 직접 투자해서 얻은 수익이 합쳐져 최종 퇴직금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운용 실력이 좋다면 DB형보다 훨씬 많은 퇴직금을 가져갈 수 있지만, 반대로 투자에 실패하면 원금이 줄어들 위험도 본인이 감수해야 합니다.
[DC형이 유리한 분들]
DC형은 임금 상승률이 낮거나 임금피크제에 진입하여 월급이 깎일 가능성이 있는 분들에게 유리합니다.
또한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주식이나 펀드 운용을 통해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낼 자신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회사가 매달 혹은 매년 돈을 입금해주기 때문에, 회사가 경영난으로 어려워지더라도 이미 내 계좌에 들어온 돈은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개인의 노후 준비와 절세를 위한 개인형 퇴직연금(IRP)
개인형 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IRP)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공무원 등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개인 바구니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이 계좌에 넣어 보관할 수도 있고, 본인이 여유 자금을 추가로 납입할 수도 있습니다.
IRP의 가장 큰 매력은 '세금 혜택'입니다. 매년 납입하는 금액에 대해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직장인들에게는 필수적인 절세 수단으로 꼽힙니다. 또한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할 때 세금을 깎아주는 혜택도 있어 노후 자금을 모으기에 최적화된 도구입니다.
[IRP를 선택해야 하는 분들]
이직이 잦아 퇴직금을 한곳에 모아 관리하고 싶은 분, 혹은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돌려받고 싶은 분들에게 필수적입니다.
퇴직금을 당장 생활비로 쓰지 않고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아 노후를 든든하게 준비하고 싶은 분들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입니다.
나에게 맞는 퇴직연금 선택을 위한 최종 가이드
그렇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례 1: 안정적인 직장의 김 과장님
김 과장님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정년까지 근무할 예정이며, 매년 호봉에 따라 월급이 꾸준히 오릅니다.
재테크 공부를 할 시간도 부족하고 원금이 손실 나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이 경우 김 과장님에게는 DB형이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퇴직 직전의 높은 월급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받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사례 2: 이직이 잦고 투자를 즐기는 이 대리님
이 대리님은 성과급 비중이 커서 기본급 상승은 적지만, 평소 주식 투자를 즐기며 시장 흐름에 밝습니다.
또한 3~4년 주기로 연봉을 높여 이직할 계획입니다. 이 경우 이 대리님은 DC형을 선택하여 회사가 넣어주는 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직할 때마다 발생하는 퇴직금은 IRP 계좌로 옮겨서 계속해서 굴려 나가는 것이 자산을 불리는 지름길입니다.
결론적으로 나의 '임금 상승률'과 '투자 성향'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월급이 오르는 속도가 투자의 수익률보다 빠를 것 같다면 DB형을, 내 투자 실력이 월급 상승률을 앞설 수 있다면 DC형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소중한 퇴직금을 지키고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